메디컬라이즈가 메디컬라이즈인 이유

오늘의 글은 특별히 우리 사원들을 위해서 준비하였다. 우리 사원들은 종종 회사의 이름이 메디컬라이즈가 된 이유에 대해서 궁금함을 느꼈겠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구하신 분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각자의 바쁜 일과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2012년의 첫주 근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우리 회사가 메디컬라이즈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경위와 그 속에 담긴 나의 철학을 차근차근 풀어가보고자 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도 그 이름을 짓고자 부모들이 고심하는데, 하물며 수많은 사람들의 모임인 회사의 명칭은 더욱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에 그 무게감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이 글을 통해서 우리 사원들이 무슨 지향점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지, 어떠한 대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메디컬라이즈의 영문표기이자 우리의 닷컴 도메인인 ‘medicalize’는 동사로서 어떠한 사안을 의학적 관점으로 해석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뜻에는 긍정적 의미 외에도 ‘인체 현상을 과도하게 질병의 카테고리로 묶어버리는’ 현대 의학의 부정적인 측면들도 담겨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회사의 이름을 ‘메디컬라이즈’라고 정하면서 이런 지엽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단어의 뜻을 재정의하고자 하였다. 그 재정의의 핵심은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는 세상을 바라봄에 있어서 인체로 부터 배운 지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쉬운 예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경청 (傾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흔히 하는 말 가운데 ‘입은 하나고 귀는 두개다.’라는 말이 있다. 하나인 입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두개인 귀로 듣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우리는 극도로 단순한 해부학적 지식, 즉 입이 하나이고 귀는 두개라는 사실로부터 훨씬 고차원적인 지혜를 이끌어 냈다. 이것이 바로 ‘메디컬라이즈’적인 사고방식의 좋은 예다. 이처럼 우리의 인체는 모든 아이디어와 발상의 보고인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우리가 초창기에 시작한 의학 상담이 ‘의학’ 상담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이름이 메디컬라이즈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그 의학 상담을 설계하면서 녹아들어간, 뇌신경계의 여러가지 지식들의 응용, 즉, 신경전달물질, 피드백, 신경가소성 등을 인터넷이라는 신경계의 복제품에 적용한 그 과정 자체가 메디컬라이즈라는 회사 이름을 정의하는 더 중요한 요소이다.

사실 우리의 몸은 그것을 이루는 가장 기본 단위인 세포 조차도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지금부터 나열할 세포의 몇몇 특징들은 메디컬라이즈적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협동심 : 우리 인체의 세포들은 세포들의 집합인 인체의 생존과 성장이라는 합일된 목표를 위해서 존재한다. 상처가 나면 피부의 세포들은 재빨리 그 부분을 막기 위해 증식하고, 그 피부 세포가 벌어준 시간동안 면역세포가 병균들과 싸워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세포 각자들에게 있어서 ‘자기중심적’이라는 개념은 없다. 각 세포들이 ‘자기중심적’이라는 개념을 포기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포들 각자가 살 수 있는 것이다.
  • 상호소통 : 세포들은 각자의 다른 역할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온 몸에 퍼져있는 혈관과 신경계를 통해서 수많은 세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몸의 한 부분에서 위험을 감지하면 그 즉시 혈관으로 호르몬이, 신경으로 전기신호가 전달되어 반응한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모든 세포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뇌세포에서 손바닥 표피세포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역할은 다르지만 각 세포에는 동일한 유전자가 있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세포는 뇌세포가 되고 어떤 세포는 손바닥 표피세포가 된다. 뇌세포와 손바닥 표피세포 가운데 어느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것이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그 역할을 맡고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창조성 : 모든 세포에는 고유의 정해진 기능이 있지만, 서로 힘을 합쳐서 창조성을 발휘한다. 인체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물을 소화해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 처럼) 한 번도 만든 적 없는 문장의 조합을 만들어 내고,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여러분에게 ‘오늘 아침 뭐 드셨어요?’라고 물어보면, 그 대답을 하기 위해서 여러분들의 두뇌에서는 이제껏 한번도 생긴적이 없던 완전히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여 전기신호를 보낸다. 이처럼 세포는 오래된 습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다.
  • 효율성 : 세포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각 세포는 내부에 단지 3초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산소를 저장한다. 언제든 주위의 동료 세포에서 에너지원과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포는 미련하게 과도한 에너지와 산소를 축적하는 법이 없이 가장 효율적이고 최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 영속성 : 이것은 물질적인 죽음을 비물질적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어린시절 우리 인체를 이루고 있던 세포들은 지금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바뀌었다. 쉽게 말하여 어린시절의 우리 인체는 물질적으로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당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하게 인식한다. 그리고 심지어 우리가 수명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세포들은 우리 자손을 통하여 유전자를 전달할 것이다. 이처럼 세포는 그들의 지식, 경험과 능력을 재생산하고 후세에 전해준다. 이것은 실질적인 의미의 영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가 협동심을 잃어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하면, 그것은 암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세포들이 상호소통을 무시하고 우리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백혈병 등 면역계 질환의 원인이다. 창조성에 생긴 문제는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 효율성을 잃어버리고 세포안에 과도한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면 그것이 곧 비만이다. 영속성에 문제가 생기면 유전성 질환이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질서의 붕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인체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우리가 세포에게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며, 그것이 곧 메디컬라이즈적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이처럼 우리가 우리 인간 스스로를 탐구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적용한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회사를 통해 하고 싶은 일들이고, 우리 회사에 메디컬라이즈라는 명칭을 부여한 진짜 이유이다. 요컨데, 메디컬라이즈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세상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반영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더라도 인간의 사고방식에 대한 접근에서 출발해야 하고, 디자인을 하더라도 우리 인체가 보거나 만지기에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우리 안에 세상이 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Medicalize 이다.

15~16세기에 살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인체로부터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자 노력하였고, 우리에게 익숙한 Vitruvian man(위의 그림)이라는 그림도 그러한 고뇌의 산물이다.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도 그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인체에 대한 탐구와 그 깨달음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탄생한 회사가 우리의 메디컬라이즈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 긴 여정의 시작이다. 나는 이런 과정이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메디컬라이즈로 회사명을 정한 궁극적 이유이며 내가 회사를 세운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