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IT 평론가 안병도님이 전하는 ‘한국 IT의 현재와 미래’

오늘 인터뷰는 IT나 스마트 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아실만한 분을 모셨습니다. 현재 국내 최고의 IT 블로그인 ‘공상제작소’를 ‘니자드’라는 필명으로 운영하고 계신 유명 블로거이자 2010년에는 경제경영서 ‘애플을 벗기다.’를 출간한 IT 평론가 안병도님을 모셨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IT 기술에 가끔은 현기증이 나기도 하는데,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 IT 평론가로서 안병도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줄지 기대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IT 평론가 안병도님과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병도 선생님은 IT 평론가이기 이전에 소설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IT 평론가의 길을 걷게 되신 것인지요.

본래 저는 학교 때부터 두 가지의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컴퓨터이고 다른 하나는 글쓰기였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는 재미있게 즐기긴 해도 엔지니어가 되기에는 능력이 약간 부족했습니다. 그에 비해 글쓰기는 조금만 열심히 하면 금방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소설가를 직업으로 하고 IT는 취미로만 즐겨왔습니다.

그런데 2010년에 친한 파워블로거 한 명이 문득 IT 블로그를 열어서 글을 올려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한번 올려본 것이 첫 글부터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매일같이 다음뷰의 메인에 올라가고 수천명이 찾아와 읽었지요. 그렇게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누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도 재미있었습니다.

찾아보니 시중에 제품을 리뷰하는 블로거는 매우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부터 즐겨읽던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맥월드의 컬럼 같은 고급 평론글은 거의 없더군요. 저는 한국에 그런 블로거가 없다면 제가 그런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IT평론가로 정의하고 2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IT 평론가로 활동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IT평론가란 분야가 워낙 희소하다보니 사람들의 인식부족이 아쉬웠습니다. 평론가는 본래 보다 넓고 깊게 업계를 조망하면서 지식보다 지혜를 던져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블로거가 거의 없습니다.

IT 평론가는 제품을 리뷰하고 정보를 해설할 때 장점만 말해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쉬운 점을 드러내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호의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업체들은 홍보수단으로서의 블로거만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제품발표회 등에 별로 초대받지를 못합니다. 다양한 체험을 하고 업계관계자와 소통을 하고 싶었지만 평론가의 위치를 지키는 저를 이해해주는 분들이 적은 게 아쉽습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영향력이 있는 블로거이시기도 하신데, 독자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일 것 같습니다. 그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사례가 있으신지요.

블로그 운영 초기에 저는 주로 애플을 테마로 잡았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제품이 가져다주는 장점과 미래전망을 조망하면서 그에 따른 단점도 부각시켜 경고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애플제품을 무조건 추종하는 이른바 애플팬보이 들이 저를 모기업의 직원이라느니 매수된 블로거라느니 마구 끌어내렸죠.

재미있는 건 제가 아이패드를 사서 쓰고 이어서 맥북에어를 쓰게 되면서부터 그런 이야기가 쏙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제 논조 자체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아마도 이후로 제가 다른 국내기업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그 사람들의 오해도 풀린 게 아닌게 생각합니다.

감동적인 건 가끔 제 블로그 글을 해외에 있는 유학생들이 읽고 도움을 받았다고 편지를 보내오는 것입니다. 영국유학생 한 분과 미국 유학생 분도 있었죠. 심지어는 인터넷에서 중고물품을 거래하기 위해 만난 분이 사실은 해외에 있던 유학생으로 일시 귀국한 분인데 제 독자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IT 산업은 어떠한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현재 애플이 워낙 잘나가고 있다보니, 모든 것의 기준이 애플로 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애플이 하는 방식을 본받아라. 이런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약간 생각이 다릅니다. 한국은 미국과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고 장단점이 다릅니다. 한국만의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한국의 IT산업은 아직까지 하드웨어 위주였습니다. 하드웨어는 사실 상대적으로 후진국이 따라잡기 쉬운 분야지요. 그래서 삼성과 엘지 등이 세계시장에서 나름 크게 성장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굳이 이제와서 소프트웨어 위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건 너무 극단적입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의 비중을 확실히 늘려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한국이 아직까지도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분야는 우수한 인터넷망 인프라와 그 안에서 빠르게 이뤄지는 피드백입니다. 한국은 인터넷과 SNS기반의 창의적인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한국의 장점에 가장 적합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내부에서 충분한 경쟁을 통해서 만들어진 플랫폼과 컨텐츠를 가지고 한류처럼 해외에 진출하는 형태로 IT 산업의 큰 틀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IT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인력과 장비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또한 관련 인력에 대한 대우도 크게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인력과 장비에 대한 투자가 너무 부족합니다. 개발도구와 관련툴을 구입하는 원가를 아까워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습니다. IT 개발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가보면 정말 한심한 행태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세계 IT산업은 점점 소프트웨어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종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뒤지지 않으려면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재능있는 인력들이 판검사나 의사가 아닌, IT인력이 되려고 하겠죠. 재능있는 인력이 기꺼이 IT에 인생을 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요즘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 이후에는 어떠한 서비스가 떠오르리라 보시는지요.

소셜 네트워크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의 형태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실 PC통신이란 게 처음 시작되면서부터 발달한 커뮤니티부터 시작해서 많은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본질은 사람들을 보다 가깝게 연결시켜주는 것이지만 그 형태는 첨단기술의 발달에 따라 계속 진화했습니다.

SNS이후의 서비스는 사람들이 보다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한때 사람들은 SNS가 자기를 보다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부작용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필요없는 정보의 과잉, 반대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메시지의 결핍입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미래에는 사용자 각 개인의 취향과 현재 상태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정보를 추천하고 검색해주는 개인화 서비스가 각광받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향후 스마트폰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하리라 생각하시는지요.

단기적으로는 운영체제와 각종 하드웨어의 고도화가 되겠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스마트폰은 크게 두 가지의 제약이 있습니다. 하나는 출력장치로서 화면크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부분은 갈 수록 소형화되지만 화면만큼은 오히려 편의성을 위해 커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배터리입니다. 이 부분 역시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등의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지만 일정 부피가 반드시 필요하죠.

앞으로의 스마트폰은 이 부분의 제약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접었다 펼수 있는,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그 좋은 예입니다. 또 하나로는 동공내장형 같은 인체 삽입도 가능하겠죠. 배터리 역시 장기적으로는 태양광이나 생체전류를 이용한 방식으로 진화할 겁니다.

평소 ‘이런 IT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시던 것이 있으신지요.

편리한 앱과 서비스가 나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얼마후 비슷한 서비스가 나옵니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개인의 스타일링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모습을 폰카로 찍으면 그에 맞춰서 헤어스타일과 의상, 악세사리 등의 세팅을 계절과 일정, 취향에 따라 조언해주고 구입처까지 알려주는 그런 서비스죠. 개인코디네이터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T평론가로서 앞으로 블로그 외에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이신지요?

블로그는 어떻게 보면 가장 쉽게 제 글을 알릴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보다 깊이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거대담론을 담기에는 약간 모자란다는 점입니다. 장래에는 하나의 미디어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넷 방송이나, 잡지, 이북 등이 될 수도 있겠죠. 나는 꼼수다 처럼 팟캐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다 심층적인 내용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여건이 허락된다면 국내기업을 위해 기업전략이나 제품컨셉을 조언할 수 있는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많이 바쁘신 가운데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T 산업 전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미디어로만 접하던 안병도님과 직접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것으로 IT 평론가 안병도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인터뷰는 다소 의외의 분야에 계신 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음 인터뷰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A.P 인터뷰 소개

T.A.P 인터뷰 시리즈는 기술(Technology), 예술(Art), 철학(Philosophy)의 영어 첫 단어를 이은 것으로, 이 세가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시대 리더들의 이야기를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 인터뷰들이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tap)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생각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본 인터뷰의 주인공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께서는 아래 댓글로 질문과 의견을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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